Urban Studies and Design Lab

A Research Group on Urban Studies and Design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Environmental Studies, Department of Environmental Design & Graduate Program in Urban Design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ㆍ협동과정 도시설계연구실

남산 힐튼호텔과 양동지구의 미래 심포지엄

오늘 “남산 힐튼호텔과 양동지구의 미래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983년 준공된 남산 힐튼호텔은 한국 현대건축의 랜드마크지만, 운영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작년 이지스자산운용 측에 매각되었습니다. 매매금액은 약 1조 1,000억 원. 애초 호텔을 운영할 계획이 없던 이지스 측은 힐튼을 철거하고 신축 프로젝트를 고려 중입니다. 이에 힐튼의 보존 가치에 주목한 건축계에서 심포지엄을 준비했고, 여기에 힐튼호텔의 설계자 김종성 건축가까지 zoom 으로 모셨습니다. 발제의 논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힐튼호텔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이익 극대화에 눈이 먼 개발 사업자의 탐욕’ vs. ‘우리의 소중한 건축자산 힐튼호텔을 지키자’ 라는 프레임을 만들었음. 하지만 이 대립구도는 도시를 변화시키는 복잡한 힘의 균형을 흑백논리로 가를 위험
- 힐튼호텔은 세계적인 건축가 김종성 선생의 역작이자 국민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간직된 랜드마크임에 분명함. 그럼에도 문화재가 아닌 현대건축을 지켜낸다는 것은 곧 해당 시설이 잘 활용된다는 것을 의미. 활발하게 이용되면서 수익성과 공공성이 조화를 이룰 때, 그리고 법적 권한을 가진 주체가 해당 공간을 유지/관리할 강력한 의지가 있을 때 가능. 이게 충족되지 않으면 힐튼 보존이라는 아젠다도 원형의 임시 박제를 주장하는 정도로 끝날 것임
- 힐튼호텔의 경우 이미 상당 기간동안 운영 수익을 내기 어려웠음. 공실률이 높았고, 건물의 층고는 낮고, 옛날 스타일의 객실로 호텔 외 다른 용도로 활용이 어려움. 힐튼을 지키려는 시도가 자칫 민간 사업자에게 원 건축물을 보존하고 호텔 운영을 지속하라는 강요로 변질하여서는 안됨
- 양동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상에서도 힐튼을 신축 혹은 증축 등 “새로운 사업”이 일어날 부지로 보고 있고, 최근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보존지구로 지정된 남대문교회와는 달리 힐튼 부지는 보존의 근거가 없음
- 그럼에도 힐튼 관련 몇 가지 희망적인 부분도 있음. 한 예로 이지스자산운용에서 과거 힐튼호텔에 근무하던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겠다.. 관행을 뛰어넘는 보상안을 제공하겠다고 선언. 적어도 해당 부지에 막무가내식으로 주거형 오피스텔을 채우고 떠나겠다는 사업자가 선정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임
- 우리는 이윤을 끊임없이 확대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더 이상 성장 따로, 환경보존 따로, 갈등봉합 따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ESG 관점은 국가부터 개별 기업까지 주요 의사결정에서 자본 요소만이 아닌, 비자본적 요소(특히 사회, 환경요소)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함을 의미
- 우선 S(사회) 관점에서, 힐튼호텔이 문을 닫으면서 적어도 420여 명의 정규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됨. 비정규직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음. 힐튼의 인수 주체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최대한 고용승계 노력을 하겠다고 선언. 처음에는 신축 프로젝트에서 호텔 용도를 검토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힐튼호텔 규모를 다소 축소하여 계획안을 구상 중. 과거 호텔 근로자들에게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고용의 연속성을 가능한 보장…개인적으로 매우 높게 평가하는 부분
- 앞으로의 과제로 이해관계의 폭을 더 넓혀 신축 설계안을 공모할 때 힐튼에 대한 국민의 기억, 서울역과 남산을 배경으로 서 있던 힐튼의 시대적 가치를 창의적으로 구현할 것을 요구해야 함. 이를테면 부지 자체를 넘어서 서울역, 남산, 남대문 등 인접 지역에 힐튼의 기억을 남기고 관련 문화전시활동을 연계…이를 통해 힐튼호텔의 가치를 현대 사회와 접목하는 계기로 삼음
- E(환경) 관점에서 힐튼호텔 입지는 경복궁에서 광화문,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역사도심축의 사대문 밖 관문이자, 더 남측으로 서울역~캠프킴~용산역으로 이어지는 국제업무축의 일부 —> 사실 서울 사대문 안 역사도심은 업무공간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크지만, 높이규제와 역사환경 보존 당위성으로 개발이 더 이상 어려움…이러한 수요를 사대문 밖으로 열어준다면 그 남쪽, 특히 한강로를 따라 위치한 힐튼부지가 될 것임. 이 곳에 고품격 업무복합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서울 도심의 변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일 것임
- 그럼에도 환경의 또 다른 측면인 ‘탄소환경’에 대한 고려도 필요함. 한국은 38개 OECD 국가 중 총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단연 꼴찌 (7.2%에 불과). 덴마크나 오스트리아는 80% 달성, 일본 미국 프랑스도 모두 20% 이상! 우리나라에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경쟁력 강화가 필요함. 신축 프로젝트 조성과 운영 과정에서 탄소배출과 건설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의 생산&활용 고도화
- G(거버넌스) 관점에서 참고할만한 것이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 ‘09년에 도입되어 대규모 가용지를 활용해 전략거점을 육성하지만 동시에 개발이익에 대한 합리적 배분과 예측 가능한 공공기여를 유도하는 제도. 사업자가 개발계획안을 구나 시에 신청하면 도시건축 공동위원회에서 대상지에 대해 자문을 하고 전문가와 민간이 함께 협상조정협의회를 구성함. 이러한 협상결과를 받아 공공기여 총량을 확정하고 지구단위계획 입안에 들어감…최근 서울시에서는 사전협상 통합 상담창구도 운영하기 시작했고 신청 전 사전컨설팅도 지원하기 시작
- 물론 현재 힐튼호텔이 도시계획시설 해제나 종 상향 등 “도시계획 변경”이 필요하지는 않을 수 있음. 그럼에도 유사한 제도를 활용하여 계획 부지의 특수성, 적정 공공기여에 대한 사전 논의와 공감대 형성은 반드시 필요할 것임

아래 링크는 심포지엄 동영상 전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GTcNaVWGRc